창은 좁고, 빛은 방문을 넘지 못했다.
수능이 일주일 연기된 수험생들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수능이 끝나도 삶은 드라마틱하게 좋아지지 않는다. 지겨운 입시만 끝나면 도장 찍듯이 꾹꾹 하루하루를 의미있게 살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아 온전히 사는 날 보다 억지로 살아지는 날이 더 많다. 아둥바둥 사는 삶이 왜인가 생각해보니, 능력보다는 운 좋게 얻어걸린 기회들 때문은 아닌가 싶었다. 우울한 생각들은 나 자신이 토크니즘의 희생양-수혜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에 들게 만들었다. 소수자의 삶이란 그렇다. 차별 받으면 억울하고, 우대라도 받으면 차별을 은폐하기 위해 구색 맞추기용으로 추켜세우는 건 아닌가 불안하다. 자격지심과 자괴감을 떨쳐내다가 에너지를 허비하고, 일주일이, 때로는 한달이 뭉텅뭉텅. 시공간의 임의의 위치에서 사라지곤 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 때문인지 자동차 타이어 압력이 낮다는 경고가 떴다. 점검 예약을 위해 서비스 센터에 전화를 걸 요량으로 조용한 2층 빈 강의실로 무심코 들어섰다가 깜짝 놀라 뒷걸음치고 말았다. 창이 작아 빛도 간신히 구석에 자리를 잡는 어두운 방이었다. 창문으로 들어온 빛 정도 크기의 스카프를 바닥에 펼쳐 놓고, 무슬림 학생 하나가 무릎을 꿇고 경건하게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바닥에 놓여진 스마트 폰 화면에는 메카를 향한 화살표가 빛나고 있었다. 그 화살표는 공교롭게 작은 창을 향해 있었다. 그 광경으로부터 묘한 편안함과 위태로움을 동시에 느낀 나는, 잠시 멍하니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문을 닫고 방에서 나왔다.
어쩌면 나는 평화의 정서를 이해하지 못한 걸까. 창은 좁고, 빛은 방문을 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