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관학교에서 함께 일하던 Dan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Dan은 한국에 사는 캐나다 사람이고, 나는 미국에 살고 있는 한국사람이다. 너는 왜 거기 있고, 나는 왜 여기에 있니. 공평하게 이 말을 한 번씩 주고 받았다.
더 많은 책임이 주어진다면 더 잘 해낼 친구라는 것을 나는. 안다. 좋은 인재가 있어도 활용 못하는 집단이 있고, 좋은 자리가 있어도 마땅한 인재가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의 고민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그리고 그의 고민은 나의 고민과 상통하는 면이 있다.
사관학교 관사에서 Dan과 나는 이웃으로 2년을 살았다. 나는 그가 키우는 심장병이 있는 러시안 블루 고양이와는 아주 어렵게 안면을 텄다. 거리에서 데려와 나이도 종도 정확하게 모르는 강아지와는 쉽게 친구가 되었다. 그가 새 차를 사고 일 주일도 채 되지 않은 어느 퇴근길에 사슴을 치었다. 사슴은 무사했지만 그의 마음은 다쳤다. 우리는 박살난 앞 범퍼를 함께 고치러 갔었다. 곧 그의 마음도 고쳐졌다. 그의 집에서 몇 번의 햄버거 파티를 했고, 매주 목요일 마다 체육관에서 농구를 했다. 동료의 죽음에 함께 애도했고, 돼지갈비에 매화수를 나눠마시다가 나만 술병이 나서 며칠을 앓았다. 나는 술자리에서 그에게 ‘앉은뱅이술’ 이라는 단어를 가르쳐 주었고, 확인해본 결과 그는 아직도 그 단어를 기억한다. Dan이 나에게 묻는다.
“잘 지내? 미국은 어때?”
“사는 게 다 똑같지 뭐.”
거짓말이다. 사는 건 다 다르다.
내가 생각하는 똑같은 삶이란, 수요미식회를 진행하면서 온갖 산해진미를 다 먹고 다니는 신동엽으로부터 질투를 느낄 필요가 없는 삶이다. 또는, 차로 10분 거리에 어디에나 먹을 만한 순대국밥 집이 있는 삶이다. 지금 이곳에서 순대국밥을 먹기위해서는 우선 밥을 얹히면서 쌀뜨물을 버리지 말아야 한다. 마늘, 간장, 된장을 넣어 푹 삶은 목살을 냉장고에서 식혀 굳혀 머릿고기 느낌으로 얇게 썰어야한다. 고기 삶은 물에 쌀뜨물을 넣고 액젓으로 간을 하고, 마트에서 사온 Napa Cabbage와 Chive를 썰어 넣는다. 냉동순대도 구할 수는 있다. 봉투 채로 쪄서 썰어서 식힌다. 순대는 (가짜)머릿고기와 국물을 기다린다. 결국 순대국을 순대국 답게 만드는 것은 들깨가루다. 충분히 넣는다. 다대기를 만들어 종지에 담고, 밥을 푼다. 먹는다.
이번에는 내가 Dan에게 묻는다.
“잘 지내? 한국은 어때?”
“사는 게 다 똑같지 뭐.”
거짓말이다. 사는 건 다 다르다. 우리는 서로의 거짓말을 눈 감아 줄 만큼 오랫동안 똑같은 삶을 함께 살았다. 다르게 사는 우리는 똑같은 거짓말을 한다.
그리움에는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