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아버지

집에 오는 길에 질 좋은 재료로 만든다는 빵집이 있길래 어머니 좋아하시는 우유식빵을 사왔다. 식빵을 앞에 놓고 함께 뜯으며 오늘 하루를 이야기 하고, 왓츠앱 메신저에 동영상 첨부하는 법을 알려드리고, 바오밥 열매의 효능을 알리는 티비를 함께 보았다. 어머니의 행복이 꼭 나의 행복은 아니고, 나의 행복이 꼭 어머니의 행복은 아니지만. 오늘은 필요충분적으로 행복한 저녁을 본다.

내 미래는 나도 모르는데.

지난 수요일 행여 자식이 미국에서 영영 살아버리진 않을까 요새 주유소 위치도 깜빡하는 70이 다되가는 아버지와 허리도 다리도 아픈 환갑의 자신을 너가 보면 얼마나 보겠니 나는 18살에 서울로 올라온 후로 제주도의 부모님과는 다시는 살지 못했다 내 마음으로는 못 보내지만 네 뜻이 정녕 미국에 남는거라면 이해하려고는 해볼게하며 잔뜩 불쌍한 표정을 짓던 어머니. 그날 마신 복분자주 때문에 요강이 아니라 속이 뒤집어지는 줄 알았어요 저는. 어머니.

근데 오늘 기분 좋아지셔서 콧노래까지 부르면서 1.8리터 생수 한박스를 한 손으로 들어 부엌으로 총총걸음 치시면 억울한 내 수요일의 꿀꿀한 밤은 누가 보상해주나.. 어머니가 거실에서 이케아 가구박스를 잔뜩 쌓아두고 스팟 조명 하나 의지해 낑낑 조립하는 그날 밤 악몽으로 잔뜩 우우우우울했던 내 목요일 아침은!!

건강하세요 어머니, 아버지.

#그것이부모의길 #그것이자식의길